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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사랑회복수기 회복작 - 걷기 시작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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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OO님 작성일19-08-24 10:58 조회10,5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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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미 상태로 있을 때, 학교에 있을 아들이 나를 일으켜 어딘가로 데려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깜깜한 공간, 퀴퀴한 냄새,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어 병원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죽음의 사신(死神)은 항상 내 주위를 맴돌고 있었고, 죽음 그 자체 보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두려웠다.

새벽에 잠을 깨어 정답이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그 정답을 대답하는 것에 지쳐서 아니 그 정답에 마주치기 싫어서 습관처럼 술에 의존해 생각이 무감각해질 때 까지 마시고 또 마셨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현실과 미래의 불안감이 차갑게 가슴을 누르고 있었다.

누군가, 무언가가가 나를 변화시켜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삶의 진정한 의미와 책임보다는 타인에 대한 의존, 행운과 기적에 기대어 닫혀있는 문을 어떡하든 열어보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 열어주길 두드리고, 기도만 하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부도, 파산, 이혼, 갑자기 들이닥친 악몽들 속에서 텅빈 방, 텅빈 믿음, 껍질의 삶.. 거친 발판에 한 오라기 옷조차 걸치지 못하고 발가벗겨진 무방비 상태에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정치가들의 잘못된 정책을 비난하면서 독한 외로움과 권태로움 속에서 팽이처럼 아득히 쓰러졌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박탈감 속에서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삶의 향기가 나의 마음속에 나의 계절 속으로 고통조차 느낄 수 없도록 서서히 스며들었다. 술을 마시고 있을 때에만 술 이외에 다른 일들도 아련히 신경 쓸 수 있었다. 자녀들의 미래, 형제들의 바람 등을 알고는 있었지만, 중독증 사고에서는 정직과 겸손, 배려도 없었으며, 오만한 편견과 거짓을 정당화하기위하여 거짓을 증명하는 교만함으로 가족들의 영혼에 상처를 입혔다.

어둡고 어두운 절망적 상태에서 체념하며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었고, 절망조차도 하나의 희망이 되었다. 회색빛 공간속에서 머리를 자갈밭에 파묻고 죄책감과 수치심에 벌벌 떨며 괴로워하는 무책임함 고깃덩어리에 불과했었다. 눈밭에 누워 있어야만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것일까? 현실자체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면 할수록 더욱 더 자신이 혐오스러워 슬퍼도 슬픔을, 아파도 아픔을 조금이라도 표현하지 못해서 고통을 껴안고 한발 짝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아니, 나아갈 용기가 없었다.

몇 달 동안의 입원생활을 하면서 인생에서 이토록 긴 시간동안 본래의 나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했는지 성찰하고 재조명하게 되었다.

결코 과거의 사건들이 현재의 나를 절정지은 것도 아니고 음주가 나를 이토록 처절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몇 년 동안 음주, 금주 생활을 반복하면서 불합리한 사고 속에서 내려놓아야 할 것들을 계속 듣고 있었고, 삶에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를 못했다.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무의식이 나를 조종했었다,

내면의 속삭임은 고통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마음의 방향성이 문제였다. 과거에 매달리고 그 과거를 선택한다는 것이 그 고통과 아픔 속에서 빠지고 싶어서 그래서 술을 마셨던 행위에 대한 핑계를 만들 수도 있었고, 합리화도 가능했다.

수많은 죄책감과 어리석은 감정들을 어두운 곳으로 끌어들여 나 자신과 그 감정을 동일시하며 헛된 망상들을 꿈꾸면서 마지막 남은 자존감과 의지마저 짓밟아 버렸다.

궁극적으로, 변화하는 척 했을 뿐 변화할 용기가 없었다. 금간 유리를 표시나지 않게 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 상처를 어떻게 부드럽게 내 자신이 부서지지 않고 치유하는 것이 더 큰 나는 찾기 위하여 과거의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이 곧 나는 찾는다. 나의 가치와 소중함이 두려움이나 슬픔보다 더 앞에 있었다. 강박적인 느낌들을 내려놓을 때 음주, 외로움 등은 크게 다가오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신선하게 맞이할 것이다.

남 탓, 내 탓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만 생각한다. 회복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다. 모든 상념들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생긴다. 진정으로 회복과 변화를 원한다면 과거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고 나의 마음 안으로 돌아와야 한다.

입원치료 하면서 병원 환우들과 같으면서도 다른 혹은 다르면서도 같은 모순 속에서 살려고 하는 생명들로 둘러 쌓인 살려고 하는 생명일 것이다

오늘은 아무도 살아보지 않은 날이다

지난날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 어느 부분에 약하고 강한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가슴도 답답하지만 내 안에서는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인생을 움켜쥐면서 달음질치지 않고 가볍게 세상을 걸어간다.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이 옳은 길이라는 것을 확신 한다면 한걸음 한걸음 내 발길 인도하며 길을 비추어 주리라 믿는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것이 나를 끌어당겨 그것을 따라 간다면 이 짧은 인생, 아직 가보지 않는 길 그러나 가야할 길 지금까지의 고된 여정이 결코 가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나를 사랑하게 할 수는 없지만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봄처럼 따뜻하게 가을처럼 신선하게, 서늘한 그들을 드리운 나무가 되고 때로는 시원한 물이 흐르는 개울이 되고 싶다. 더 나아가 모든 것을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큰 바다가 되리라 나와함께 지냈던 시간들이 가장 행복하고, 평화스러웠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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